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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차 클로즈 베타 테스트부터 아키에이지를 접한 뉴비입니다.

베타테스트 당시의 서버는 오키드나에서 시작했었고

오픈베타 당시엔, 넘쳐나는 사람에 이리치이고 저리 치이다가

결국 사전등록 캐릭터 생성은 오키드나에 해놓고

서버 접속이 가능한 델피나드서버로 밀려 들어왔습니다.


기억해주시는 분이 있을까 싶지만,

저는 델피나드 동대

로엔그린이라고 합니다.



아키에이지

저는 처음에 이 게임을 시작할 때, 초식초식한 부분이 끌려서 시작했습니다.

당시 열심히 하던 온라인 게임이 판타지라이프를 자칭하던 '마비노기'라는 게임이었고

또 사냥과 레이드보다는 마을에 모여서 꽁냥거리는걸 좋아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저에게, 아키에이지에서 제시한 주택 시스템과 여러 생산시스템은

전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에겐 축복과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접속해본 아키에이지에선, 어느정도 사냥을 통한 기반이 확립 되어야만

생활을 시작할 수 있는 구조가 있었습니다.

당시엔 재수가 끝나고 신입생이 되길 기다리던 대학 새내기였던 저였고

그렇게 남아도는 시간을 모조리 투자해 좋아하는 생활 컨텐츠를 하기 위해 레벨을 올리고 돈을 벌었습니다.

제가 택한 직업은 사제.

물론 당시 '사랑' 능력은 주문력만으로 딜과 힐이 되는 만능의 직업이었지만

공격스킬 "빛과 어둠" 단 하나만으로, 저는 점프와 기본 활쏘기를 번갈아 가며 레벨을 올렸습니다.
(무곡을 배운 이후엔, 매혹->무곡을 주력으로 사용했습니다)

밥만먹고, 수면시간 2~4시간

파티플레이를 통해 올린것도 아닌 순수 솔로 플레이.

최초만렙은 아니라도 델피나드 서버 내 사제중에선 빠르게 40렙을 찍은 사람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것

그런 제가 29렙 즈음 찍을때 일인듯 합니다.

오픈베타 이후 제가 30렙 찍을 때 까지, 아직 초반기였던 아키에이지 델피나드 서버 채팅창은 혼란이었습니다.

스스로 문제아를 자칭하고, 약탈과 Ctrl F 를 메인 컨텐츠로 밀고 나갔던 '매의 발톱단' 님들
(매번 제 전 캐릭터 인벤토리에 있는 과거 퀘스트 보상 아이템 "매의 발톱 목걸이"를 볼때마다 이분들이 생각납니다)

동대륙에서 단연 가장 인원을 많이 모아 세력을 크게 형성했던 '강한녀석들' 님들

그리고 초반부부터 엄청난 속도로 치고 올라갔던 타 게임에서 오셨던 Klux 님들


이런 초창기 결성된 길드를 중심으로 동대륙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길드 단위로 움직이게 되면서

원정대건 아니건 사람들이 늘 하게 되는 이야기가 생겼죠



" 모르는게 있으면 원정대에 들어가라. 혼자하면 뉴비에서 못벗어난다. "



전 이 말이 너무 싫었던걸지도 모릅니다.

제가 엄연히 솔플이 힘들다는 사제로, 그래도 나름 상위권 레벨을 유지하면서

불편함은 있더라도 적어도 '뉴비'소리는 듣지 않을 자신이 있었는데

단지 모른다는 이유로 솔로 플레이를 시작한 유저들을 바보취급하는게 너무 싫었습니다.


아마 그때부터 일까요

저는 당시 전체 채팅이었던 '종족'창으로 제가 사냥을 하고있던, 농땡이를 하고있던

채팅창을 주시하며 모르는 질문이 올라오면 제가 아는 선에서 답을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아주 간단한 퀘스트 질문이었습니다.

동대륙에서 첫 전투펫인 '고양이'를 얻기 위해서는, 자운의 목장이라는 맵에서 우유를 얻어야했는데

이 우유가 우리가 흔히 아는 젖소에서 나오는 그 우유가 아니고

퀘스트용으로 따로 있는 소의 젖을 짜서 나오는 소환수용 우유가 필요했습니다.

(지금은 굳이 이럴 필요 없이 간편화 되어있다고 알고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유저분들이 이 우유에 대해 패닉을 일으켰고

저도 개인 경험상 헤메었던 부분이기 때문에, 종족 채팅창에서 해당 문제로 질문하는 분들에게 알려드리기 시작했죠.

한사람 네사람 열사람

똑같은 내용을 똑같이 물어봤습니다만

어차피 오픈 초기고 사람은 다 다른법이라고 생각해서 한명 한명 말씀드렸습니다.

동시에 올라오는 질문도, 맵이동이라 못볼수도 있고, 종족창이 빨라서 넘어갈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어차피 30레벨만 지나도, 대부분 알게 되는 내용이라고 생각하며 알려드리고 있을 때

저번에 우유를 알려드렸던 한 분이 저에게 귓말해주셨었습니다.



혹시 -- 아시나요?

지금와서 그 질문이 무엇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한가지 확실했던건, 저도 모르는 정보였던걸로 기억하고

심지어 인벤에조차 적혀있지 않았던 문제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왕 가르쳐드리는거, 끝까지 가자라는 마음으로, 수소문에 이것저것 제가 직접 실험하면서

결국 해결법을 찾아내고, 하루가 지나서야 그분께 다시 귓말을 드려 답해드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마 거기에 재미가 들렸던것 같습니다.


우유문제 뿐만 아니라, 이것저것 사람들이 뭔가요? 물어보는거에 대해 전부 답해주기 시작했을때가

아마 딱 그때부터.. 였을겁니다.


이것저것 전부 답해드리다보니

어떤 분은 징조의 틈을 어떻게 진행하냐는, 레벨 30이상이라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문제를 질문하셨고

어떤 분은 무역시 어느 루트가 가장 빠르냐는 다소 상업적인 질문을 직접 귓으로 주시기도 헀습니다.

퀘스트를 도와달라고 말씀하셔서 직접 가서 도와드린 일도 빈번했죠.

물론 저도 정말 모르는 문제에 있어서는 대답해드릴 수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 보람차게 답해드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오픈베타 이후로도 이런 답변생활을 유지하다가 잠시 접고

군대에 다녀왔습니다.


군대에서 많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치유력이라는 스탯이 생겨서, 이제 주문력으로는 힐량이 늘어나지 않는다.

55레벨이 뚫렸다.

이런 정보도 있었습니다만,

델피나드에 국가가 세워지고

델피나드라는 서버가 통합되서 사라지고

로엔그린이라는 닉네임도 서대의 어떤분이 선점하셨다고 들었죠.

그리고 중간 중간, 가끔 휴가때나 접속은 했지만

게임을 즐기기 보다는, 그날그날 있던 캐쉬 아이템 (붉은 번개, 흰 그리핀 등)을 챙기기 위한 목적이었을 뿐

그저 잠깐 얼굴 비추고 바로 사라지는 식으로 다녀가다

말년 휴가때,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보니

수준이 급격히 떨어지는 장비
서버 통합이나 서버 이전으로 인해 알고있던 분들이 대부분 사라지고
밭도 햇빛 호박이다냐 뭐다냐가 나와서 대규모 경작이 유행하고 있었습니다.

..

뭐 그래서..

그래도 알고 계시던 분들 몇몇분이 도와주셔서 복귀하려고 마음도 먹고 이것저것 해보려 했지만
역시 그 차이는 쉽게 극복하지 못하겠더군요.

그리고 이미 수준 높은 유저들로만 구성되어있어서
띵가띵가 놀면서 답변하다가 어려운거 있으면 확인해보고
거의 문제푸는 베짱이처럼 지내던 제가

뉴비로, 입장 체인지가 되면서 목적의식도 많이 사라졌었습니다.


접었습니다.






그래서 잠시 접고, 곤서버 나올때 복귀해서 여기서 터전을 잡게 됬습니다.
지금도 곤서버 평균에 한참 미달인 장비지만
이것저것, 초식 초로기의 아이템 몇개를 사서 주말농장 하는 느낌으로 조금씩 하고있네요.




그냥 옛날 이야기 끄적여보았습니다.
아직도 델피나드 분들 닉네임이 어렴풋이 생각나는 때가 있네요.
물론 지금도 꾸준히 접속만 하면 볼 수 있는 분들이 많지만

어쨌거나,.. 짧은 추억 넋두리였습니다.




델피나드 서버분들 사랑합니다.
나중에 모르는거 있으면 물어보러 갈게요! (?)






.. 아 맞다 델피나드 태그 사라졌지

잘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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