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족의 유래 | 조각난 연대기

2014-05-28 09:24 | 조회 13953





용은 아키에이지 행성 ‘히르노르’에서 까마득히 멀리 떨어진 별, ‘미실론’에서 유래했다.

여명기에 탄생한 미실론의 생물들은 에너지체였다. 그들은 몸 모양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었고, 날아다녔고, 보통은 반투명하거나 빛의 형태를 취했다.

 

미실론에서 생명의 죽음은 에너지체를 붙들고 있는 의지가 약해져 흩어져버리는 것인데 그런 일은 아주 쉽게 일어나곤 했다. 다시 말해 미실론의 생물들은 수명이 무척 짧았다. 후손을 남길 힘조차 없었다.

어찌 보면 행성의 에너지가 이리저리 흐르다가 어디선가 발생한 의지를 중심으로 맺히면 생물이 탄생하고, 의지가 흩어지면 사라지는 셈이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미실론의 대기에 독성이 있어 일반적인 세포조직으로는 살아남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세월이 흐르자 에너지체 주변에 각질을 만들어내는 생물이 출현했다. 각질을 갖춘 생물들은 수명이 길어져 고등생명으로 발달했다. 생식능력도 갖추게 되었지만 단성생식이었다.

 

이들은 몸이 가볍기에 거대한 몸을 갖는 편이 유리했다. 그리하여 점차 더 거대한 존재로 변했고, 마침내 용이 등장했다.

세월이 갈수록 용들의 몸은 점차 커져서 수백 미터 정도는 평범한 체구일 정도였다. 그러다가 드디어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용, 미사곤이 탄생했다.

 

용들은 척추동물이 아니었고 단성생식을 하다 보니 다양성에 한계가 있었다. 긴 수명을 통해 고도의 지능을 갖추게 된 용들은 ‘몸’을 갖기 위해 독성이 없고 척추동물에게 최적화된 대기를 갖춘 세계를 찾고자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에너지체에서 출발한 용들의 겉모습은 제멋대로여서 오늘날의 용과는 다른 모습도 흔했다.

 

용들은 의지만 흐트러뜨리지 않는다면 유체이탈을 할 수 있었다. 미사곤과 같은 용은 차원 이동도 가능했다. 그들은 여러 차원에 걸쳐 용들이 살 만한 곳을 찾아보았다.

드디어 미사곤이 ‘히르노르’를 발견했다. 미사곤은 자신의 몸을 차원문으로 만들어서 히르노르와 미실론을 연결했다. 히르노르로 건너온 미사곤은 이쪽 세계에서 가장 두려움과 존경심을 자아낼 수 있는 모습을 저절로 깨닫고 용 모습을 취했다.

 

미사곤은 새로 태어난 용들이 허물을 벗을 때마다 양쪽 세계를 오가도록 하며 키워냈다. 허물을 벗으면서 새로운 특징을 흡수하는 용들은 대기의 독성을 이겨낼 각질과 척추동물의 진화력을 갖추게 되었고, 적절한 체구로 줄어들었다. 이렇게 발전한 용들은 미실론의 정복자가 되었다.

그때까지 히르노르는 용들에게 인큐베이터였을 뿐, 살아갈 터전은 아니었다.

 

미실론을 정복한 용들은 그들이 품은 에너지의 특징에 따라 가문의 이름을 정해 나누고 각 가문의 수장이 공동 통치하는 나라를 세웠다. 가문은 삼백여 개에 달했지만 대부분은 규모가 작았고, 10대 가문으로 알려진 대 가문들이 용의 나라를 이끌었다.

 

세월이 흐르고 10대 가문들 중 하늘, , 바람, 철의 가문 사이에 불화가 격화되면서 내전이 발발했다. 그들의 사나운 다툼 때문에 미실론은 참혹한 전장으로 변했다.

수백 년 간의 동족상잔에 신물이 난 용들은 새로운 땅을 원했다. 미사곤은 그들을 위해 다시금 히르노르로 넘어가는 문을 열어주었다. 얼음의 가문과 흙의 가문은 전쟁을 원치 않는 많은 용들을 이끌고 히르노르로, 정확히는 누이아 대륙으로 넘어왔다.

 

그러나 히르노르는 예전의 원시 행성이 아니었다. 새로운 종족들이 원대륙에서 번성하고 있었고, 누이아를 차지한 누온들은 만만치 않은 적이었다. 그러나 어떤 다툼도 미실론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상보다는 나았기에 많은 용들이 이곳에 남기를 원했다.

 

그러나 미사곤이 추락하고 나자 용들은 미실론으로 돌아갈 방법을 잃고 말았다. 누온들이 용들에게 힘을 준다고 의심했던 미사곤의 그림자란 고향과의 연결을 의미했고, 그것이 끊기자 많은 용들이 쇠약해졌다. 용들은 산과 지하에 은둔하게 되었다.

얼마 뒤, 용들은 새롭게 낳은 알들이 더 이상 부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까지 용들은 특이한 방식으로 자손을 낳아왔다. 용에게는 성별이 없으며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알을 낳을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머니가 되기를 선택한 소수의 용만이 알을 낳았는데 그 이유는 알을 낳고 나면 죽거나, 죽지 않더라도 매우 쇠약해지기 때문이었다.

알을 낳은 여파에서 회복되는 데는 적어도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도 걸렸다. 그 동안 어머니 용은 잠을 잤는데 때로 그 잠은 수천 년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어머니가 잠들었으므로 알은 다른 용이 돌봐야만 했다. 이들을 ‘아버지’라고 불렀다.

 

아버지는 알을 부화시키고 어린 용을 절대적으로 보호하며 성년이 될 때까지 데리고 다녔다. 처음에는 어머니와 흡사한 모습을 하고 있던 어린 용은 아버지와 다니며 허물을 여러 번 벗는 동안 아버지의 유전적 특징을 흡수했다. 그리하여 성년이 되었을 때는 부모의 특징이 적절히 섞인 모습과 능력을 갖게 되었다.

 

알을 낳지 않은 용들은 아버지 역할을 통해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고 싶어 했다. 그러므로 용들이 어린 용을 보호하고자 하는 본능은 매우 강했다. 자신이 보호하던 아이가 아닐지라도 어린 용을 본다면 일단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내려 할 정도였다.

따라서 어린 용은 혼자 다니는 경우가 전혀 없다시피 하며 그들 뒤에는 늘 강대한 아버지가 뒤따르고 있었다. 이렇게 맺어진 동행은 성년에 이르고도 계속되기도 했다. 따라서 성인이 된 용 또한 언뜻 혼자처럼 보여도 혼자가 아닌 경우가 많았다.

어린 용은 아버지의 가문을 따르며, 가문에 대한 소속감은 매우 컸다.

 

반면 어머니가 된다는 것은 죽음을 무릅써야 하는 희생이므로, 어머니가 된 용은 본래 어느 가문이었든 상관없이 ‘어머니들’이라는 새로운 분류에 속하게 되었다. 어머니 용들이 모여 잠을 자는 곳은 ‘신성한 침전’이라고 불리며 신성시되었다. 이곳에 침입하거나 어머니들의 잠을 깨우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죄로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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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 뚜쉬뚜쉬 @올로 | 53레벨 | 흑마술사 | 엘프
    아...앙대 설정이라니!
    2014-05-28 10:47
  • 로나프 @루키우스 | 50레벨 | 전장의 수호자 | 엘프
    우왕! 멋지네요.
    2014-05-28 21:10
  • 발레리안 @올로 | 54레벨 | 첩자 | 누이안
    이런건 열린설정으로 냅두라고!
    2014-05-28 21:47
  • 아테니엘 @올로 | 55레벨 | 그림자 검 | 페레
    헉헉 설정이다 설정이다. 그러니까 아키월드는 히르노르라고 불리는 행성이군
    2014-05-29 08:20
  • Neqlit @키프로사 | 55레벨 | 첩자 | 페레
    설정 대박이다...
    2014-05-29 16:36
  • 에브니 @델피나드 | 51레벨 | 황혼의 지배자 | 엘프
    몬스터 하나에 이렇게 디테일한 배경설정이 깔려있다는데 깜놀.
    2014-05-30 17:30
  • 루어매니아 @메어 | 52레벨 | 길잡이 | 페레
    젠장 아키인사이드 마리안님한테 스포당했던 것이었나!!
    2014-05-31 03:50
  • 블랑 @노아르타 | 55레벨 | 검은 기사 | 페레
    설정덕후들이 여기에 있었구나
    2015-12-20 15:20
  • 요안나 @곤 | 계승자 4레벨 | 사제 | 워본
    ...용=외계지적생명체, 미사곤=마더쉽, 항성간 워프게이트...갑자기 장르가 SF가 되냐...
    2017-10-11 2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