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제의 예언, 레비아탄 | 조각난 연대기

2014-07-09 08:53 | 조회 24403






레비아탄은 용족의 행성 ‘미실론’에서 건너왔다. 그도 처음에는 용이었을 것이다.

 

고향 행성에서 살던 용들은 어마어마하게 몸집이 컸다. 에너지체에서 출발해 각질이 덮인 상태였으므로 무게가 거의 없어 클수록 유리했던 것이다. 모습도 훨씬 다양했다.

용들의 조상 ‘미사곤’은 쉽사리 흩어져버리는 에너지 대신 진짜 몸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차원문을 열어 용들을 아키에이지 행성 ‘히르노르’로 데리고 왔다.

 

용들은 허물을 벗을 때마다 새로운 특징을 흡수하는 힘이 있었다. 그래서 이쪽 행성에서 지내는 동안 갑옷처럼 튼튼한 각질 속에 척추동물의 특징마저 일부 갖춘, 오늘날의 용으로 거듭났다. 목적을 이룬 용들은 미실론으로 돌아가 위대한 문명을 건설했다.

그러나 모두가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미사곤과 용들이 처음 이주해왔을 때, 이곳에는 막 원대륙을 탐험하기 시작한 이프나와 도시의 첫 주춧돌을 놓던 누온이 있었다. 그리고 네 명의 반신(半神)들이 그들을 지켜보며 보살피고 있었다.

네 반신들은 세계를 창조한 어머니 신이 새 종족들을 돌보도록 만든 보호자들이었다. 그들은 모든 신들보다도 먼저 탄생했으나 전능하지는 않았다. 누온의 기록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그들은 ‘깨어난 자’ 이웬, ‘씨 뿌리는 자’ 그델론, ‘거두는 자’ 요르단스, ‘지키는 자’ 헤르스탄이라고 한다.

 

반신들은 용족의 등장을 즉시 알아차렸다. 반신들은 너희의 땅으로 돌아가라는 뜻을 전했고, 미사곤은 히르노르를 정복하러 온 것이 아니니 목적을 이루고 나면 돌아가겠다는 뜻을 알렸다. ‘지키는 자’ 헤르스탄은 만약 약속을 지키지 않고 하나의 용이라도 남는다면 용들의 고향인 미실론이 복수를 받게 되리라고 경고했다.

네 반신들은 용들이 서서히 몸을 변화시키는 것을 지켜보았다. 용들이 점차 몸집을 줄이자 벗어놓은 허물에는 미실론에서 온 에너지가 가득했다. 많은 용들이 변이에 성공했지만, 일부는 적응에 실패해 목숨을 잃었다. 죽은 용들은 허물과 함께 바다에 버려졌다.

 

마침내 변이가 끝나자 미사곤은 약속대로 용들을 데리고 미실론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이프나의 시대가 오고, 나차쉬가 나타나고, 누온이 위대한 문명을 건설하게 되자 반신들은 세계를 가꾸는 역할을 종족들에게 맡기고 어디론가 모습을 감추었다.

그 동안 바다 속에서는 느리게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용들의 행성 미실론에서 온 에너지는 특별했다. 미실론에서 용들이 태어날 때 그랬듯, 강한 의지가 나타난다면 다시 뭉쳐져 생명으로 탄생할 힘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한 번 생명으로 탄생했던 에너지는 더욱 그러기가 쉬웠다.

용들의 시체, 그리고 변이에 성공한 용들이 버린 허물에 깃든 에너지는 다시 서서히 뭉치기 시작했다. 구심점이 된 의지는 ‘분노’였다. 약속을 믿고 건너왔지만, 버려져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분노.

 

마침내 에너지는 바다에서 수백 마리의 뱀들로 다시 탄생했다. 처음에 이 뱀들은 비록 크긴 했지만 수십 미터 정도여서 이프나 영웅들이 그들을 어렵지 않게 사냥하곤 했다. 그러나 이프나들도 이 뱀들을 만든 낯선 에너지가 계속해서 생명을 탄생시킬 힘을 지니고 있음은 알지 못했다.

 

살아남은 뱀들은 죽은 뱀들의 에너지를 흡수해 점차 거대해졌다. 마침내 일곱만이 살아남은 이 뱀들은 거대한 입과 비대한 몸집 때문에 어느새 고래처럼 보였다. 본래 에너지체였기에 그들의 모습은 쉽사리 바뀌곤 했다.

이 뱀, 또는 고래들을 이룬 의지는 일곱 가지 분노라고 불렸다. 고립, 혼란, 복수, 배신, 파괴, 절망, 슬픔. 이프나들은 이들에게 ‘시갈릭소르’, 즉 ‘분노의 자식들’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 무렵 시갈릭소르는 이미 최초의 분노가 어디서 왔는지 잊어버렸다. 오직 분노 그 자체가 일으키는 강렬한 감정을 중심으로 움직일 뿐이었다. 그들은 여러 바다에 흩어져 많은 것을 파괴했다.

 

그 무렵 미실론에서는 참혹한 내전이 벌어져 끝이 나지 않았다. 동족상잔에 염증을 느낀 일부 가문은 옛날, 용족을 키워낸 요람이었던 히르노르를 기억해 냈다. 그리하여 미사곤이 남긴 통로(또한 미사곤의 몸 그 자체인)를 통해 히르노르에 건너왔다. 용들은 곧 누온들과 충돌을 일으켰고 기나긴 싸움이 시작되었다.

동시에 용들은 옛날에 죽은 동족들의 에너지가 새 생명으로 탄생했음을 알아차렸다. 미사곤이 반신들과 했던 약속을 어긴 셈이었다.

 

그때 이미 미사곤은 용들과도 구체적 소통을 하지 않는, 자연물에 가까운 존재가 되어 있었다. 용들은 미사곤의 뜻을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미사곤을 위해 시갈릭소르를 처단하기로 하고 힘을 합쳐 그들을 사냥했다. 일곱 시갈릭소르는 하나씩 깊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세월이 흐르며 용들도, 누온도, 이프나와 나차쉬도 사라졌다. 세 대륙에는 새로운 종족들이 번성하게 되었다. 그러나 바다 속에는 고대의 씨앗들이 여전히 가라앉아 있었다.

이프나에 의해 다른 차원으로 추방당한 나차쉬들은 다시 돌아오기 위해 여기저기에 차원의 틈새를 만들었다. 특히 지하에 묻힌 옛 나차쉬들의 왕국, 나차쉬가르는 그들의 힘이 집중된 장소였다.

 

나차쉬가르는 오늘날 바다 밑으로 가라앉은 자이칸드 대륙의 지하와 원대륙 일부까지 포함한 거대한 왕국이었다. 바다 쪽에 면한 차원의 틈새를 통해 이쪽 세계를 들여다보던 나차쉬들은 일곱 시갈릭소르 중 한 마리가 아직도 살아 있음을 알아차렸다.

살아남은 시갈릭스가 품은 감정은 ‘고립’이었다. 그렇다보니 깊은 바다 속으로 숨어 누구와도 접촉하지 않아 용들조차 찾아내지 못했던 것이다. 나차쉬들은 이 최후의 시갈릭스에게 정신 조종을 가해 새로운 의지 ‘증오’를 불어넣었다. 무엇을 미워하는가? 평화롭게 살아가는 모든 것을.

 

‘증오’가 된 시갈릭스는 본능적으로 죽은 형제들이 남긴 에너지를 찾아 나섰다. 새로운 에너지를 삼킬수록 그는 끝없이 거대해졌고, 마침내 오늘날의 종족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바다에서 이 거대한 괴수를 발견한 자들은 두려움에 떨며 ‘레비아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레비아탄은 본래 히르노르에서는 탄생할 수 없었을 거대한 생물이다. 레비아탄의 몸은 육중하지만 근육 내부에 에너지로만 된 부분이 있어 겉보기보다는 가볍다. 또한 레비아탄의 등은 미실론 대기의 독성에서도 견뎌 온 강한 각질로 되어 있어 어떤 날카로운 창칼로도 뚫을 수 없다고 한다.

 

여러 쌍으로 된 레비아탄의 눈은 레비아탄이 삼킨 형제들의 눈이며, 각각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고 한다. 그들이 품은 의지는 모두 달랐기에 레비아탄이 어느 외딴 섬을 폐허로 만들 때 한 쌍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어떤 자들은 레비아탄의 눈이 다섯 쌍이므로 아직 두 형제의 시체가 어딘가에 남아 있다고 추측하며, 언젠가 일곱 시갈릭소르가 모두 합쳐지고 나면 레비아탄은 바다를 벗어나 대지를 덮치리라고 전하기도 한다.

 

또한 전설은 레비아탄이 미실론으로 돌아가지 않았기에 네 반신들과 미사곤이 한 약속이 깨어졌다고 전한다. 반신들은 세상에 개입하지 않기 위해 모습을 감췄으나 종족들의 힘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친다면 다시 모습을 드러내리라고 전해져 온다.

네 반신들이 돌아오는 날, 미실론으로 가는 길이 열리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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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7
  • 멘탈포기 @올로 | 55레벨 | 신기루 검 | 누이안
    1등
    2014-07-09 10:06
  • 멘탈포기 @올로 | 55레벨 | 신기루 검 | 누이안
    2등
    2014-07-09 10:06
  • 멘탈포기 @올로 | 55레벨 | 신기루 검 | 누이안
    3등
    2014-07-09 10:06
  • 꽃맛 @키프로사 | 55레벨 | 사제 | 하리하란
    4등
    2014-07-09 10:13
  • 클레어카르맨 @멜리사라 | 8레벨 | 격투의 초심자 | 엘프
    이정도면 ㅅㅌㅊ~ 5등
    2014-07-09 10:27
  • 당근 @델피나드 | 52레벨 | 생명의 춤꾼 | 하리하란
    네 반신들이 돌아오는 날, 미실론으로 가는 길이 열리게 되리라.

    <<나중에 미실론도 인던화가 되려나..ㅋㅋ
    2014-07-09 10:56
  • 티레나이 @루키우스 | 55레벨 | 유령 용사 | 하리하란
    언젠가 전체 지도보다 더 상위의 행성 지도라는게 나올지도 모르겠다
    2014-07-09 13:17
  • 에브니 @델피나드 | 51레벨 | 황혼의 지배자 | 엘프
    네 반신과 미실론 행성~ 확장팩 설정까지 이미 다 돼있는지도~
    2014-07-09 15:06
  • 루어매니아 @진 | 52레벨 | 길잡이 | 페레
    그리고 그것을 우리는 영영 볼수 없을지도 모르지
    2014-07-09 23:21
  • 웅시무스 @에안나 | 52레벨 | 포식자 | 엘프
    오베때 레비아탄 나오고 상용화때 드워프 나오고 작년 여름에 증오,환락이 나왔다면 아마 내년 겨울쯤에 미실론이 나왔겠지!!!!! 얼마나 미룬거야!!
    2014-07-09 23:33
  • 정화 @히라마칸드 | 55레벨 | 악사 | 하리하란
    호구상단 호구모집
    2014-07-11 05:13
  • 동반사살 @크라켄 | 55레벨 | 흑마술사 | 누이안
    12
    2014-10-28 10:02
  • 키아란 @루키우스 | 55레벨 | 포식자 | 하리하란
    언젠가 일곱 시갈릭소르가 모두 합쳐지고 나면 레비아탄은 바다를 벗어나 대지를 덮치리라..
    2014-12-03 01:11
  • 시흥시 @노아르타 | 55레벨 | 수호마법사 | 하리하란
    미래에서왔습니다만 그 두마리 몇년뒤에도 못찾을것같습니다..
    2015-06-14 23:47
  • 세븐체인저 @키리오스 | 55레벨 | 전사 | 하리하란
    현상황이상무
    2015-12-15 10:52
  • 블랑 @노아르타 | 55레벨 | 검은 기사 | 페레
    글렀어 =ㅅ=
    아키의 신들이 시간을 멈췄거든
    2015-12-19 21:55
  • 두억시니 @키리오스 | 55레벨 | 환영사 | 페레
    떡밥 하나 해소. 아미고에 따르면 한 놈은 나차쉬가르 근처로 가져와져서 분해됨

    그럼 나머지 하나는?
    2016-01-28 00:16
  • 야타냥 @안탈론 | 55레벨 | 흑마법사 | 엘프 두억시니 @키리오스
    갓재경 폐하의 아침수랏상 반찬으로...
    2016-01-29 23:58
  • 예마님 @누이 | 55레벨 | 예언가 | 페레
    안녕하세요. 아직까진 큰 변화가 없네요. 그럼 이만.
    2016-03-03 12:00
  • 휴츠 @키리오스 | 55레벨 | 첩자 | 하리하란
    큰 변화 없네요 그럼 이만.
    2016-06-23 21:42
  • 아크메이지 @크라켄 | 55레벨 | 흑마술사 | 엘프
    삼족오가 시갈릭소르 '슬픔'을 먹어버렸는데 그럼 이제 한마리만 남은거네요? 남은 한마리와의 동화로도 반신들을 부를만큼 큰 힘일지 궁금하네요
    2016-12-01 18:08
  • Ast @키리오스 | 31레벨 | 기적술사 | 페레
    미래에서왓습니다 미실론 ? ㅅㅂ?
    2017-01-16 09:48
  • 빙팽 @크라켄 | 계승자 2레벨 | 첩자 | 하리하란
    레비아탄 트라이 성공, 지금은 자주 잡히는 놈입니다.
    2017-06-17 18:32
  • 일격에주님곁으로 @누이 | 계승자 5레벨 | 추적자 | 하리하란
    미실론 나오기 전에 섭종함
    2017-07-31 16:33
  • 블랑 @다미안 | 계승자 31레벨 | 황천 악령 | 페레
    응 남은 두 형제 왠 새랑 도마뱀이 꿀꺽했어
    레비아탄 자라나라 다리다리의 꿈은 끝났어
    육지 못가 응
    2019-06-11 16:41
  • Setila @하제 | 계승자 5레벨 | 그림자 춤꾼 | 엘프
    응 섭종
    2020-02-08 04:59
  • 바다토끼 @다후타 | 계승자 38레벨 | 이단 심문관 | 엘프
    아키에이지2
    2021년 목표로 개발중
    2020-08-29 0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