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모험가

그날의 모험가

제목 : 그날의 모험가
분류 :
작자 : 이광로, 문어

내용

서문

본 작품은 아키에이지의 이광로 님과 크라켄 서버의 문어 님께서 공동으로 집필한 저서입니다.

#1

"사람들 통념처럼 죽은 자들은 천국에 가지 않아. 세상 어디엔가 다시 머물 곳을 찾지”
몇 년 전 하슬라 베로에에 갈 일이 있어서 잠시, 로카의 장기말들의 물안개 마을이란 곳을 지날 때의 일이다.
로카의 장기말들에는 봉우리가 많고, 사이로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라 잘 곳을 정하기 쉽지 않다.
봉우리 밑 그나마 바람이 잘 불지 않는 곳을 찾아 모닥불을 피고, 아까 물안개 마을을 지나오면서 얻어온 결혼식 음식으로 저녁을 때우고 있었다.
'운이 좋았어. 마침 결혼식이 열려서… 여기 결혼식은 참 신기했어. 좀 이상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드문드문 무역상들이 지나가는데 하나같이 나를 보고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지나갔다.

#2

좀 이상하다 싶어서 한 무역상에게 물었다.
“대체 왜 이상한 눈으로 보는 것이오? 내가 무섭소?”
“당신이 뭐가 무섭겠소? 여기가 무섭지. 여긴 죽은 자들이 찾는 곳이오. 몰랐소?”
“근처에 물안개 마을로 가시오. 여기 있으면 큰일 나요”
“죽은 자? 귀신 말이오? 에이, 귀신이 어딨어… 놀리지 마시오”
다시 물안개 마을로 가라고? 거기서 반나절이나 내려왔는데… 귀신이 어딨어? 그리고 내가 귀신에 죽을 사람인가?
나는 무시하고 맛있게 저녁을 먹고 잠을 청했다.

#3

잠을 청한 지 시간이 좀 지나 고였을 것이다.
딱히 뭐라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서늘한 한기에 눈을 뜨게 되었고
곧이어 어림잡아 2분여 거리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타닥…. 타닥…. 타닥….
빠른 걸음걸이의 네발짐승이 분명했다.

#4

'물안개 마을의 그들인가…??'
라고 속으로 생각했으나 그들의 걸음 소리와는 다른 무게감이 느껴졌다.
타닥…. 타닥…. 거리며 나에게로 다가오는 소리에 나는 문득 이전 상인들의 말을 떠올렸다.

'여긴 죽은 자들이 찾는 곳이요.'
'여기 있지 마시고 가까운 물안개 마을로 가시오.'

#5

그들의 말을 떠올리며 알 수 없는 공포감에 지배당한 나는 최대한 기척을 숨기고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일어나던 난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다시 털썩 주저앉아 웃을 수밖에 없었다.

"나 원…. 하하하하하!!"

한참을 웃는 동안에도 타닥거리는 소리는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내가 공포감에 지배당할 일은 없었다.

"아니 도대체 어떤 산 것이 죽으면 네발짐승이 된다는 거지??"

#6

라고 홀로 중얼거린 나였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을까??
결혼식 음식으로 가져온 것들 중 남겨둔 고깃덩이를 집어 들었고
만약 진짜로 무시무시한 짐승이 나타난다면 그것을 던져 시선을 돌린 뒤 전력으로 달릴 생각이었다.

'제길…. 잠깐 지나갈 길목치고는 해적소굴 뺨치는구먼'

#7

오른손에 쥐고 있는 고기가 벌벌 떨렸다…. 라기보단 전신이 떨려왔다.
그리고 그렇게 내 눈앞에 자리 잡은 경사진 언덕의 모퉁이를 돌아서 나온 것은
진짜 짐승이었고 당황한 나머지 나는 고깃덩이를 그것의 뒤편이 아닌
짐승의 얼굴을 향해 전력으로 던져버리는 실수를 해버렸고

행운의 여신은 쓸데없이 그 권능의 힘을 이 상황에 가져다줘
짐승의 얼굴에 고깃덩이를 맞추는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8

"...이런"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잠깐 허리를 숙여 짐을 챙겨 달리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허리를 숙여 짐을 챙기는 순간

"크르릉…." 거리는 소리가 날 멈추게 하였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소리였다.

#9

아마 몇 해 이전에 방문했던 이니스테르의 카어 노르드에서 잠시 만나게 된 여성 모험가가 타고 다니던 짐승과 같은 소리였다.
"....설마…. " 내 입의 중얼거림은 '혹시' 라는 용기를 가져다주었고
나는 그것에게 조금 가까이 가보았다.
그리고 혹시 곧 나를 빠르게 진정시켜주었다.

"…. 어머? 여기서 만나게 되네요??"

뭔지 모를 안도감과 허탈감에 나는 다리가 풀려 주저앉아버렸다.

#10

"아이고…. 행운의 여신이 이렇게 사람을 가지고 노는 악취미가 있을 줄이야."
행운의 여신에 대한 나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그녀는 짐승의 등에서 내려 나에게로 다가왔다.

"얼굴빛이…. 너무 하얗게 질리신 거 같은데…. 어디 아프신 건가요??"

손수건을 건네며 나의 안부를 묻는 그녀의 작은 성의를 받아 들고
나는 얼굴에 흐르던 조금 전까지의 긴장, 공포를 닦아내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11

"아니요…. 뭐…. 방금 전까지는 그 무섭다는 붉은 용이라도 본 거 같았지만 이젠 아니게 됐습니다."

나의 말에 그녀는 '흠~'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나에게 손을 내밀었고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아 일으켜졌다.
나를 일으키고는 날렵하게 짐승의 등에 탄 그녀는 나에게 또 한 번 손을 내밀며 말했다.

"여기~ 뜻밖에 으스스한 소문이 떠돌고 있는 거 아시나요?"

그녀의 말에 나는 웃을 수밖에 없었고 그 웃음은 내가 웃어본 웃음순위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웃음이었다.

#12

갑작스러운 나의 행동에 순간적으로 당황하던 눈치를 보인 그녀였지만 이내 정신을 다잡고는

"타시죠? 이 추운 곳에서 주무시면 입 돌아간다고요."

그녀의 말에 조금 전의 으스스한 한기가 느껴지는 듯했고 나는 그녀가 타고 있는 짐승의 등에 올라탔다.
"그르릉…." 거리며 갑작스럽게 탄 낯선 이의 무게를 견디는 짐승에게 나는 가방에서 고기를 꺼내어
짐승의 앞에 휙 하고 집어 던졌지만, 짐승은 고깃덩이 바로 앞에서 킁킁거리며 냄새만 맡더니 이내 고개를 돌렸다.

#13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 사납게 생겨서는 풀 뜯는 짐승인 건가??" 라며 중얼거렸고
그런 나의 중얼거림에 앞에 앉아있던 그녀는 어깨까지 들썩거리면서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뭘 생각하는지는 알겠어요~ 하지만…. 이 녀석은 조금 특별한 걸 먹여 키운 녀석이랍니다~"

"특별한... 것... 이라면?"

"음…. 뭐 믿거나 말거나 하는 사실이지만~ 이 녀석은 번개의 정수를 먹고 자란 흑범이에요"
"...짐승이 번개를 먹는다고요?? "

#14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고 곧바로 "이랴!" 하는 소리와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타고 있는 검은 짐승이 번개를 먹었다는 것에는 부정하고 있었지만
녀석이 번개만큼 빠른 속도로 달린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물안개 마을에서 아주 약간 거리를 두고 있는 작은 삼거리 길이었다.
일반적인 자연의 길과는 다르게 이 길은 관리가 되어있었고
무엇보다 그 거리 곳곳에서 보이는 크고 작은 집들이 이곳은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분위기를 풍겼다.

#15

"마을이 아닌 곳에도…. 사람이 이렇게나 사는 건가요??"

나의 물음에 그녀는 말했다.

"아무리 짧은 거리라도 모험을 하다 보면 자신의 향기를 잃어버리니까 간직할 곳 정도는 있어야죠."

그리고 나는 그 말에 딱히 무어라고 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가끔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돌아와 집에 들어서면 느낄 수 있는 향수와도 같은 냄새
모험가들은 그 향수를 쉽게 잃어버릴 수도 있기에 작은 집이라도 지어서 그 향기를 남겨두는 것이었다.

#16

그녀의 집은 아주 작은 누이아식의 오두막집이었다.
이층집도 아니었고 바깥에 정원을 꾸밀 정도의 공간도 없었다.
그저 길 건너에 세워둔 호박머리의 텃밭이 불을 밝히고 세워져 있었다.

"자 ~ 들어오세요."

내린 지도 모르게 그녀는 짐승의 등에서 내려 자신의 집 문을 활짝 열며 나를 맞이했다.
그녀의 집 내부는 여러 가지의 공예 물품들이 가득했다.

#17

작은 인형들부터 시작해서 커다란 인형이 곳곳에 놓여있었고
벽에는 과거 긴 모래톱에서 열린 여름축제의 두 명의 화가가 그렸다는 그림부터 여러 신기한 그림이 걸려있었다.

무엇보다도 어디에서 구했을까 궁금할 정도의 황금 용 동상과 거대한 고래를 닮은 괴수 은동상
그리고 과거 델피나드에서나 있을법한 거대한 배를 본뜬 청동상까지 장식되어 있었다.

"이런 건…. 어디에서 얼마나 주고 구매하시는 겁니까??"

나의 질문에 그녀는 조금 당황한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곧이어 나에게 말했다.

"아하하…. 이게…. 그러니까…. 아는 장인분에게 선물 받은... 거... 라고 할까요??"

#18

"세상에…. 하리하라 대륙 그 어떤 장인도 이렇게는 감히 만들어내지 못할 거 같습니다…. "

"그 칭찬…. 감사히 생각하고 전해드릴게요."

집안 이곳저곳의 물품들을 보며 감탄하던 중 눈치 없는 나의 배에서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크게 울려댔고
그 소리를 들은 그녀는 작은 미소를 보이며 나에게 물어왔다.

"아직 저녁을 안 드셨나 봐요??"

"예…?? 아...아니요. 물안개 마을에서 얻어온 음식으로…. 간단하게 먹기는 했다만…."
나의 말에 그녀는 팔을 가리고 있는 옷을 걷어 올리며 나에게 말했다.

#19

"그럼~ 조금만 쉬고 계세요~ 제가 간단하게나마 이 시간에 먹을 음식을 해다 드릴게요"

"어..?? 어... 가... 감사합니다."

그녀가 집 밖으로 나와 짐승의 등에 올라타고는 물안개 마을 방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고
딱히 그녀가 올 때까지 할 일이 없던 나는 그녀의 집 옆에 설치되어있던 사다리를 가지고 지붕 위로 올라가 보았다.
지붕 위에 올라와 편하게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보니 그 풍경은 말이 표현 없는 장관이었다.

#20

"이런 이런... 로카신이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위기만큼은 인정해줘야겠는데??"

그가 모두 만들어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곳곳의 높이를 감히 확인할 수 없는 봉우리들과
그 봉우리보다 아득히 머나먼 곳에서 반짝이는 수많은 별은 밤길 여행 중 피로를 풀어주기에 좋은 풍경이었다.

"크... 비파 항구의 술을 가져왔더라면…."
비파 항구의 술을 생각하며 입맛을 다시던 나는 생각했다.
산자는 언제라도 죽을 수가 있다.
하지만 죽은 자는 천국에 가지 않는다.
이 광활한 세상 어딘가에서 머물 곳을 찾을 뿐이다.
그럼…. 그 이후에는??

#21

밤하늘의 감성에 물들여 아득히 먼 훗날 혹은 언제라도 다가올 때를 생각하던 나의 옆으로
고소한 향기와 함께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고 내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그곳에는 작은 접시가 놓여있었고
접시의 아래에는 작은 종이에 무언가가 쓰여있었다.

[마치 로카신과 장기 내기라도 하는 진지한 표정으로 계시길래 말없이 두고 갑니다~
저는 잠깐 아래쪽의 마을에 다녀올 일이 생겨 다녀올 테니 부족하시다면 집 안에 여분 음식이 있으니 챙겨 드세요
덧 : 가끔 지진 비슷한 진동이 느껴지는데 그게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22

'……. 지진??'

문득 들어본 적 있는 이야기였다.
로카신의 진노…. 라는 이야기였지만 사실은 파괴신을 따르는 마법사들의 음모라고 하는데….
그것 때문에 곳곳이 떠들썩하긴 하지만…. 딱히 내가 상관할 수 없는 부분이어서일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접시에는 고기 경단과 함께 야채 수프가 있었다.
의외로 결혼식 음식보다 더 맛이 좋았고 오랫동안 바람을 맞으며 벌벌 떨던 나의 몸이 따스해지기 시작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참을 후루룹 쩝쩝거리던 나는 접시의 내용물을 싹 비우고서야 지붕 위에서 내려왔다.

#23

집 문은 그대로 열려있었고 나는 집 안에서 그녀가 말한 여분 음식을 접시에 담고 바깥으로 나왔다.
그리고 접시를 들고 다시 올라가려던 순간

쿠르르르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확실하게 강한 진동이 느껴졌다.
쿠구구구궁 하는 진동은 온 봉우리를 흔들 정도의 위력이었지만 봉우리들은 묵묵히 버텨내고 있었다.
말없이 버티고 서 있던 나는 진동이 멈추자 봉우리를 향해 말했다.

"….자연은 참 대단한 거 같군"

#24

또다시 지진이 일어나면 아마 굴러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한 나는 집 안에 들어가 음식을 먹으며
창 바깥으로 보이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앞으로 베로에까지 갈 걱정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 잠들었다.

눈을 뜨자마자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멍하니 열어둔 문앞의 3칸짜리 계단에 앉아 기다렸지만 몇 시간이 지나도록 보이지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미 아침은 전의 이야기가 되어버렸고 시간은 정오쯤이 되자
나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처지 이였기에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우물에서 물을 올려 씻으며 중얼거렸다.
"…. 최소한 고맙다는 인사 정도는 하고 떠나야 하는데..."

#25

집으로 돌아와 짐을 챙겨 등에 메고 서성거리던 나에게 몇 명의 사람들이 다가왔다.
그들의 복장과 등 뒤에 짊어진 등짐을 보아 무역상들이 분명했다.
마침 그들이 오는 방향이 그녀가 말한 아래쪽 마을 방향이었고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말 걸었다.

"혹시…. 그곳 아래쪽에 여인 한 명 없었소? 검은 범을 타고 다니던 여성인데"

나의 말에 그들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아니…. 당신이 어떻게 여기 집 주인을 알고 있소?"

#26

"오늘 새벽에 그녀 덕분에 여기서 신세를 좀 졌소, 이 으스스한 바람이 몰아치는 곳에서 은인이 아닐 수가 없는데…."
나의 말에 그들은 서로 수군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날 피해 빠르게 가던 방향으로 떠나버렸고
곧이어 또 한 무리의 무역상이 내가 있는 방향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은 집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았고
나는 또 그들에게 아까와 같은 질문을 하였다.
그러자 그들 역시 이상하다는 표정을 보이며 마을로 도망치듯 떠나버렸다.

"도대체…. 이게 뭐하자는…."

#27

슬슬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고 금방이라도 다시 쫓아가 얼굴에 주먹을 몇 방 갈기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그들을 도발했다가 재판대에 오르면 여기까지 온 고생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에 참기로 마음먹었다.

그때였다.

"저기…. 여행자님??"

아까의 무역상 무리에 끼어있던 청년이 나에게서 약간 거리를 두고는 말을 걸어왔다.
"…. 뭐 일단 당신은 뭐라도 알고 있는 거 같으니…. 어디 한번 말해보시오."

#28

내가 말하자 청년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집은…. 주인이 없어진 지 몇 년 된 집입니다."
"……. 그게 지금 무슨 소리를 하려는 것이오??"

"그…. 집은 좀 안 좋은 이야기가 있더군요…."
그렇게 시작된 청년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29

몇 해 전 뛰어난 손재주로 여러 가지 공예품을 만들던 남성이 있었다고 한다.
그에게는 결혼을 이야기해둔 연인이 있었고 그 여성은 예전 하리하라 대륙에서 나름의 이름이 있는 모험가였다고.
그들은 남자의 고향인 로카의 장기말들에서 결혼식을 진행하고 그곳에서 살기로 계획하고는 공예품을 처분하러 이니스테르의 거대한 도시 카어 노르드에 들렸다고 한다.

아마 내가 그때 그녀를 만나게 된 것이 분명했다.

아무튼 남성은 그곳에서 본인들을 아카네스 학파라고 밝힌 마법사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들은 남성에게 어떤 인물의 동상을 의뢰했지만, 남성은 어떠한 이유로 거절했다고 한다.

#30

아카네스 학파의 마법사들은 뜻대로 되지 않자 남성을 끌고 어딘가로 가버렸고 그곳은 다름 아닌
남성과 여인이 함께 정착하자고 약속한 로카의 장기말들이였다.

그곳에서 남성은 그들이 제시한 동상을 어쩔 수 없이 만들어주게 되었지만, 그들은 그런 남성을 보내기는커녕 오히려 끔찍한 고문과 함께 약물에 중독시켜 죽음에 이르게 하였고,

그 이야기는 곧 그녀의 귀에 들어가게 되었다.

#31

하지만 남성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지 못한 그녀는 그를 구출하기 위해 그들의 은거지로 침입했고, 결국 그녀 역시 그와 같이 죽음을 맞이했다는 이야기다.

"……. 그렇게 된 겁니다."

"내가…. 이상한 놈으로 보이기에 좋은 상황이었군"

청년은 나에게 인사하고는
원래의 무리를 향해 달려나갔다.
나는 씁쓸한 표정으로 뒤돌아 옆을 바라보았다.

#32

분명 지금 와서 보게 된 집은 많이 낡은 집이었다.
집 내부의 공예품들도 새벽에 봤던 만큼의 아름다움은 없었다.

나는 말 없이 짐꾸러미 속에서
천을 하나 꺼내어 집을 청소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내가 한 질문에 대한 답을 들어서일까...

"...한가지만 묻겠소"

"예…?? 예…. 말씀하세요"

"그때가 몇 해 전 이야기라면…. 이 집은 도대체 왜 정리가 잘된 것이오??"

"제가 알기에는 그녀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을 모으면 큰 마을 하나를 세울 정도라고 합니다."

#33

"그렇다는 것은…."

"예…. 그들이…. 특히…. 그중에서도 이 지역에서 도움받은 사람들이 그녀를 기억하고 이렇게 관리를 한다고 합니다."

"부질없는 짓 아니오???"

"부질없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최소한 그들이 받은 도움을 그녀가 꿈꾸던 미래가 사라지지 않도록 값은 것이지요"

"...어려운 이야기로구먼"

"뭐…. 확실히 어려운 이야기라고 말들 합니다. 하지만 은혜를 갚는 이들이 말하기를 본인들이 받은 것은..."

"그래... 나도 이제 슬슬 뭔지 알 것 같소"

#34

나는 한참을 걸레질하며 공예품을 닦고 침대 위의 이불을 바깥으로 가져와 먼지를 털어내었고
마른 수건으로 오두막집 곳곳의 먼지를 닦아내었다.

우물로 향하던 중 나는 작은 백합 한 송이를 보게 되었고 나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뽑아 가져와서
그들의 집 앞에 심어주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고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소름 끼치던 바람은 시원하게 나의 수고를 인정하는 듯 나를 지나며 개운함을 선물하며 지나갔다.

#35

"음…. 이렇게 나도 도움을 받게 되었군…."

조용히 중얼거리던 나는 그들 집 앞에서 잠깐의 묵념시간을 갖고 집의 문을 닫고 짐을 챙겨
그곳에서 말없이 떠났다.

베로에로 도착한 나는 우연히 소식 하나를 들을 수 있었다.
이슈바라의 후원을 받는 모험가들의 원정대가 아카네스 학파를 소탕했다는 이야기다.

#36

왕녀를 구하기 위해 파견된 병사들과 함께 협력해서 그들을 소탕하던 중
어떤 인물의 용병으로 참여한 이들이 금반지 2개를 찾아 아카네스 학파를 소탕하고 난 이후
로카의 장기말들의 어느 마을 앞에서 큰 제사를 지냈다는 소식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다시 돌아가기 위해 그곳을 지나는 일이 생기게 되었는데….
그날은 불길할 정도로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가 낀 날이었고, 나는 겨우 조금씩 조금씩 보이는 앞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방황하던 나의 뒤쪽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37

타닥... 타닥... 타닥...

나는 얼굴에서 미소를 보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는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어쨋거나 결국, 죽은 자들은... 머물 곳을 찾아 정착하게 되었고…. 우린 그들에게 도움받게 되는 건가."
그리고는 뒤쪽에서 들리는 소리에서 멀어지기 위해 달렸다.
그리고 얼마나 달렸을까…. 나의 뒤에서 두 남녀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38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반지…. 되찾게 손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목소리가 사라지자 안개도 동시에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가벼운 마음과 걸음걸이로 그곳에서 멀어져갔다.

그들이 머문 자리에서 또 다른 이들이 도움을 받을 것이고
그들이 머문 자리를 또 다른 이들이 아껴줄 것이다.

#39

죽은 자들은 천국에 가지 않는다.
그들이 다시 머물 자리를 찾을 뿐
그들이 머무는 곳에서의 시간은 멈춰있지만
앞으로 나아갈 이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그것이 죽은 자들이 산 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도움이었고

산 자들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죽은 자들의 자리를 관리해줄 것이다.

#40

그날의 모험가는 나에게 앞으로 살아갈 기회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
그녀가 없었다면 나는 모닥불에 의지했다가 죽을 수도 있었지만 나는 그녀 덕분에 살게 되었고

그런 도움을 받은 나는 그녀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도록 힘을 썼다.
그리고 그녀는 나의 도움으로 그와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날의 모험가가 없었더라면 나는 죽었을지도 모르고, 그렇게 된다면 나 또한 어딘가에서 머물며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41

이 일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어딘가에서 또 그런 이를 만난다면 그땐 어떤 도움을 받게 될지 기대되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게 이번에는 동틀녘 반도의 햇무리 마을에 갈 일이 생겨서 이동하기 위해 여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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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자 : 아키위키 @누이 | 1레벨 | 격투의 초심자 | 누이안 (2016-08-24)
우수편집자 : 아키위키 @누이 | 1레벨 | 격투의 초심자 | 누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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