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나의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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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정보

소모 노동력 : 25
필요 숙련 : 없음
제작대 : 인쇄기

원고 획득 정보

업적 테레나 귀족 유물 수집가(하단 목록 참조)를 완료하면 획득할 수 있습니다.

내용

#1

테레나와의 전쟁이 끝났다.
우리 페레는 타고난 전사였기에, 루한 마라가 이끄는 군대 앞에 테레나는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너무나도 많은 피를 흘렸다.
물론 그 피가 대부분 우리 페레의 것이 아니었지만...

#2

전쟁에서 승리한 후, 나는 루한 마라에게 한 가지 명령을 받았다.
복잡한 구조로 지어진 테레나 왕국의 궁전에서 숨겨진 보물창고를 찾으라는 명령이었다.
테레나 왕실의 보물창고는 국왕과 시종장만이 그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 모두 테레나가 정복당한 순간 자결해버렸다. 결국, 뒤늦게 보물창고의 위치를 알 수가 없어서 내가 나서게 된 것이다.

#3

사실 보물창고를 찾아내는 임무를 내가 처음 맡는 게 아니었다.
나보다 앞서 두 명의 페레나 루한 마라에게 보물창고를 찾으라는 명령을 받았었다.
제일 처음 명령을 받았던 건 발 빠른 초원의 전사 하울렁트였다.
그는 테레나 왕성의 시종들을 하나하나 심문하면서 왕성 곳곳을 뒤졌다.
그리고 얼마 후, 그는 온몸의 피가 모두 빨려나간 모습으로 발견됐다.

#4

하울렁트가 기괴한 모습으로 죽자 분노한 루한 마라는 호수아들 부족의 주술사인 자르가흐에게 보물창고를 찾고, 하울렁트를 죽인 범인을 잡으라는 명령을 받게 됐다.
뛰어난 주술사이며 현자이기도 한 자르가흐가 범인을 색출해낼 것이라고 모든 페레가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그 믿었던 하울렁트 역시 온몸의 피가 빨려나간 모습으로 발견됐다. 누군가가 테레나의 국왕이었던 베허만의 저주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삽시간에 죽은 테레나 국왕의 저주 때문에 하울렁트와 자르가흐가 죽었단 소문이 돌았다.
테레나 왕성에 공포의 기운이 감돌았다.

#5

보물 창고를 찾기 위해 테레나 왕성의 시종들을 만나 심문했다.
"평소 국왕이 홀로 산책할 때 어디를 주로 갔지?"
"국왕과 시종장 단둘이 있을 때 주로 어디를 향했지?"
"국왕이 신하에게 하사품을 내릴 때 보물 창고에서 보물을 꺼내오는 건 누구였지?" 많은 질문을 통해 국왕과 시종장이 때때로 역대 왕족의 유골이 안치된 왕실 납골당에 가끔 들렸단 사실을 밝혀냈다.

#6

납골당은 테레나 왕궁 후원의 야산에 위치했다.
나는 병사 셋과 함께 납골당으로 향했다.
왕궁에서 납골당까지 가는 길은 평소 사람의 출입이 거의 없는 곳인지 길 곳곳에 잡초가 지저분하게 나 있었다.
납골당은 입구만 밖에 있고 내부는 모두 지하에 있었다. 횃불을 들고 납골당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에서부터 좁은 통로가 계속됐다.
통로의 벽 곳곳에 역대 왕족의 초상화가 벽화로 그려져 있었으나, 수북한 먼지와 거미줄이 그것을 대부분 가리고 있었다.
영광의 시대가 끝나고 멸망해버린 테레나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7

납골당 내부는 좁은 통로가 미로처럼 복합하게 얽힌 형태였다.
벽화에 걸린 그림을 기억하며 계속 걸었는데, 어느 순간 이전에 나왔던 그림들이 다시 등장하는 듯하더니 길을 잃게 만들었다.
어디선가 스산한 느낌이 바람이 불어왔다. 마치 누군가가 훅 하고 인위적으로 바람을 분 것처럼 갑작스럽게 불어온 바람이었다.
함께 온 병사가 들고 있던 횃불이 꺼져버렸다.
납골당 내부가 순식간에 어둠에 휩싸였다.

#8

납골당 내부가 어두워진 순간 나는 걸음을 멈췄다.
뚜벅! 뚜벅!
앞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함께 온 병사들이 걸음을 멈추지 않는 듯했다.
"모두 멈춰라!"
뚜벅! 뚜벅!
내 명령에도 불구하고 발걸음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홀고트! 그르헝! 자르갈! 명령이다! 모두 당장 자리에서 멈춰라!"
뚜벅! 뚜벅!
명령에도 불구하고 발걸음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9

발걸음 소리가 점점 멀어지더니 이내 더는 들리지 않게 됐다.
어둠 속에서 함부로 길을 걸을 수 없단 생각에 나는 품에서 부싯돌을 꺼냈다.
빨리 다시 불을 밝혀야 한다는 다급한 생각 때문인지 평소보다 더 불이 붙지 않았다.
젠장! 대략 예순 번쯤 어둠 속에서 작은 불꽃이 튀었을 때, 마침내 꺼졌던 횃불에 다시 불이 붙었다.
어둠이 걷히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10

내 주변이 온통 피투성이였다.
횃불이 꺼지고 어둠이 찾아온 순간 도대체 무슨 일이 발생했던 것일까?
납골당 복도를 흥건히 적신 피의 흔적을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온몸에 피를 모두 빨린 채 죽어있던 하울렁트와 자르가흐의 시신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함께 왔던 병사들 역시 그렇게 됐으리란 예감이 들었다.
목이 따끔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11

심장 박동이 거세지고 등허리에 식은땀이 맺혔다.
뚜벅! 뚜벅!
고요한 납골당 내부에 들리는 소리라곤 내 발걸음 소리 뿐이지만, 지금 이곳에 누군가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내 몸의 피를 모두 마셔버릴지도 모른다. 두려움이 몰려온다.
그래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나는 대초원의 전사다. 결코,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는다!

#12

길고 긴 미로를 통과해 마침내 납골당의 끝에 도달했다.
그곳에는 커다란 방이 있었다.
방 곳곳에는 항아리 모양의 관이 놓여 있었다.
아마도 왕족의 뼛가루를 담은 관인 것 같았다.
수십 개의 관 사이에 낯선 그림자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림자는 놀랍게도 핏빛 안개였다.

#13

핏빛 안개가 바람처럼 스르륵 움직이더니 내 앞에 코앞에 나타났다.
비릿한 혈향이 코를 찔러왔다.
화들짝 놀라 뒤로 한걸음 물러나는데, 발 뒤꿈치에 무언가가 걸렸다.
몇 걸음 더 뒤로 물러나서 살펴보니 함께 왔던 병사들의 시신이었다. 세 병사 모두 몸 안에 피가 전부 빠져나가 버린 모습이었다.
두려움이 몰려왔지만 애써 억누르며 외쳤다.
"넌 누구냐!"

#14

핏빛 안개가 소용돌이 치는듯하더니 서서히 인간의 형상으로 변했다.
검은색 로브를 입은 창백한 안색의 인간이 나를 노려보며 서 있었다.
그는 핏빛 구슬이 박힌 완드를 들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면 완드에 박힌 핏빛 구슬에 핏방울이 소용돌이치는 것이 보였다. 마법사가 나를 향해 한 걸음 다가왔다. 나는 경계심을 일으키며 뒤로 물러난 후, 허리춤에 있던 칼을 뽑아 마법사를 겨눴다.
마법사가 피식 웃더니 말했다.
"두려운가 침략자여?"

#15

나는 대답하지 않고 마법사의 목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날카로운 칼날이 마법사의 목을 지나쳤으나 허공을 벤 느낌이었다.
"나는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다. 고로 너는 날 벨 수 없다." 마법사가 나를 향해 다가왔다. 그러더니 완드 끝 부분으로 내 어깨를 찍었다.
완드 끝 부분의 날카로운 촉이 어깨에 박혀 들어가면서 핏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나는 존재하지 않되 존재한다. 고로 나는 너를 찌를 수 있다."

#16

"너를 죽이지 않은 것은, 루한 마라에게 내 뜻을 전하기 위해서다.
네놈의 예상대로 이곳 납골당에는 테레나 왕국이 그동안 모아온 금은보화가 쌓여 있다.
나는 지난 삼백 년 동안 이곳 납골당을 지켜왔다.
만약, 네놈들이 테레나에서 물러나겠다고 약속한다면 나는 이곳의 보물을 모두 너희에게 줄 것이다. 네놈들이 내 제안을 거부한다면, 나는 호수아들 부족을 파멸로 이끌 저주를 내릴 것이다.
이미 저주에 사용할 피는 모두 모은 상태다. 하루의 시간을 줄 테니 루한 마라에게 내 뜻을 전해라."

#17

테레나 왕궁으로 돌아가 납골당 마법사의 말을 전하자 루한 마라는 분노하며 칼을 뽑았다.
"음침한 납골당에서 기생하는 유령 나부랭이가 감히 나 루한 마라를 협박하다니!"
루한 마라는 용맹한 전사 백 명을 보내 마법사를 물리치고 납골당 안에서 보물을 찾아오게 시켰다. 백 명의 전사는 어느 누구도 납골당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납골당 쪽에서 섬뜩한 느낌을 주는 비명이 끊임없이 메아리쳤다.

#18

루한 마라는 몇 차례 더 전사와 주술사를 납골당에 보냈으나 어느 누구도 돌아오지 못했다.
테레나 정복에 참여한 페레들 사이에서 납골당의 유령에 관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피를 빨아 먹는 흡혈귀라는 소문과 사악한 악령이라는 말 등 여러 가지 소문이 횡횡했는데, 소문의 이면에는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 결국 루한 마라는 테레나의 보물을 포기하고 납골당의 입구를 무너뜨려 아무도 그곳에 들어갈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곤 비명처럼 들리는 메아리가 울리는 산 전부를 출입금지 구역으로 선포했다.
시간이 지나자 납골당의 유령에 대한 소문은 잠잠해졌다.

#19

루한 마라가 다시 에페리움 정복 전쟁을 선포했다.
호수아들 부족을 비롯한 많은 페레 전사가 모여 대군을 형성했다.
베나레사스와 테레나를 정복하면서 우리 페레는 자신감이 넘쳤다. 세상에 어떤 군대도 용맹한 초원의 전사들이 모인 이 군대를 당해낼 수 없을 거란 믿음이 모두에게 자리했다.
그런 위풍당당한 군세 속에서 나는 홀로 불안함을 느꼈다.
어젯밤 꿨던 꿈 때문이다.

#20

어젯밤 꿈에 납골당에서 봤던 마법사가 나타났다.
짙은 어둠 속에서 마법사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너희의 욕심이 곧 파멸을 부를 것이다! 위대한 파괴의 힘이 너희를 곧 짓밟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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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자 : 쫄복 @키리오스 | 55레벨 | 흑마법사 | 엘프 (201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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