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왕국에서의 5년

거울 왕국에서의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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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왕국 얼음 낚시 축제의 전설인 '휴 글래스'의 생존기가 담긴 책이다.

획득 정보

1. 거울 왕국 얼음낚시 축제에서 얼음낚시 첫 걸음 퀘스트를 통해 획득 할 수 있는 봉인된 거울 왕국에서의 5년에서 3종의 두루마리 획득
2. 마리아노플, 동틀녘 반도 및 신기루 섬 축제 선물 교환대에서 겨울 축제 기념주화 5개 + 두루마리 3종으로 제작


내용

#1

어렸을 때부터 커다란 범선을 타고 먼바다를 항해하는 게 꿈이었다.
그래서 커다란 중형 범선인 '이니스 여왕의 신하'호의 삼등 항해사가 된 순간,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커다란 폭풍이 불어와도 절대로 뒤집히지 않는 이니스 여왕의 신하호와 함께라면 흥미진진한 모험이 가득할 거로 생각했다.
고요한 바다를 가로지르는 긴 항해 속에서 우리는 거친 자연의 풍랑을 이겨냈다.
인류가 누이아 대륙으로 이주한 뒤부터 잃어버렸던 고요한 바다의 미지영역을 하나하나 개척해 나갔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그들을 만나기 전까진...
폭풍도 이겨냈지만, 놈들의 공격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이니스 여왕의 신하호를 호위하던 호위함이 전부 해적의 공격에 침몰했다.
우리는 놈들을 피해 달아났다. 해류를 따라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낯선 바다로 계속해서 질주했다.
우리의 등 뒤에선 해적의 배가 바짝 추격해 오고 있었다.

#2

해적의 추격을 피하면서 선체 곳곳에 커다란 손상이 발생했다.
안전한 곳에 배를 정박한 후, 빨리 수리를 해야만 했으나 해적 때문에 그럴 여유가 없었다.
우리는 폭풍을 만나게 됐다. 고요한 바다를 항해하면서 여러 차례 만났던 폭풍이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니스 여왕의 신하호는 곳곳이 파손된 상태였기 때문에 거친 풍랑을 이겨낼 수가 없었다.
커다란 파도가 선체를 향해 날아든 순간 배가 두 쪽이 나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처음 보는 낯선 바다에 홀로 남겨져 있었다.
부서진 선체의 일부분 중 커다란 나무판자를 붙잡고 있었던 덕분에 죽음을 면했던 것 같다.
뗏목처럼 변한 배의 잔해 위에서 정처 없이 해류를 따라 어디론가 표류했다.
배가 난파되기 전에 육포 주머니를 몸에 묶어둔 덕분에 굶주림을 피할 수 있었다.
가끔 내리는 빗방울이 미친듯한 갈증을 해결해 주기도 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마침내 육지를 만나게 됐다.
사방이 온통 차가운 얼음으로 만들어진 낯선 육지를...

#3

커다란 빙하로 만들어진 섬은 몹시 신비로웠다.
거울처럼 투명한 얼음조각이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 있어서 꼭 거울로 만들어진 왕국에 온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섬을 '거울 왕국'이라 불렀다.
살을 에는 추위와 배고픔만 아니었다면, 거울 왕국의 신비로운 풍경을 몇 날 며칠이고 감상했을 것이다.
어렸을 때 내가 꿈꿔왔던 모험은 거울 왕국 같은 곳을 발견해 내는 것이었다.
거울 왕국을 홀로 발견해낸 내 모습은 어릴 적에 책에서 읽었던 모험의 주인공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모험책에 나왔던 주인공들은 어떻게 이런 곳을 발견한 뒤 생존했던 것일까?

주머니에 남아 있던 마지막 육포를 모두 먹은 후, 거울 왕국을 탐사했다.
거울 왕국에는 새처럼 생겼지만, 하늘을 날지 못하는 펭귄이 살고 있었다.
이들은 누이안의 존재를 처음 만나본 탓인지 내가 자신들 곁에 다가가도 그다지 경계심을 품지않았다.
덕분에 나는 품에 지니고 있던 짧은 단검으로도 거울 왕국에서의 첫 번째 사냥에 손쉽게 성공할 수 있었다.
펭귄 다섯 마리를 사냥한 후, 놈들의 살코기로 배를 채우고 가죽을 벗겨 옷을 만들었다.
배가 난파된 후, 처음으로 느낀 포만감 속에서 나 자신이 살아 있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4

허기를 채우고 나자 살을 에는 추위가 나를 공격해왔다.
추위를 이겨낼 동굴 따위를 찾아다녔으나, 어디에서도 그런 공간을 찾아낼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동굴이 없으면 내가 직접 만들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단단한 얼음을 칼로 부쉈다.
집을 만들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 속에서, 나는 쉬지 않고 이틀 동안 얼음을 부숴서 벽돌을 만든 끝에 결국 집을 완성했다.
솔즈리드에서는 볼 수 없는 둥그스름한 모양의 얼음집이었지만, 이 집 덕분에 나는 생존할 수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제 펭귄들이 내가 근처에만 가도 달아나버린다.
사냥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펭귄을 달아나게 만든 후, 놈들이 낳을 알을 먹고 며칠을 버텼다.
그러자 어느 순간부터인가 내가 사는 곳 근처에서 더는 펭귄을 볼 수 없게 됐다.
펭귄이 나 때문에 전부 다른 섬으로 이사를 가버린 것일까?

#5

펭귄 가죽으로 만든 옷과 무기를 들고 거울 왕국 내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펭귄을 더는 발견할 수 없는 이상, 어떻게든 다른 동물을 사냥해야만 했다.
약하디약한 펭귄만 상대한 탓에, 나는 자신이 거울 왕국에서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자리한 포식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커다란 흰곰을 만나는 순간 그것이 착각이란 걸 깨닫게 됐다.
흰곰이 휘두른 발길질 한 번에 나는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렸을 땐, 온몸이 심각한 상처로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엉금엉금 기어서 얼음집으로 돌아갔다

곰의 발길질에 정신을 잃은 사이에 놈은 내게 무슨 짓을 저질렀던 것일까?
늑골 여러 개가 부러지고, 두 다리 역시 부러진 상태였다.
두꺼운 가죽옷을 입고 있었음에도 가슴과 등허리 곳곳에 살점이 떨어져 나간 흔적이 있었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부러진 뼈가 자극된 탓에 고통이 몰려왔다.
그냥 이대로 죽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이 추운 곳에서 이 상태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으니까...

#6

실패는 포기한 자에게만 찾아오는 법이다.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듯한 지독한 고통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포기하기엔 고통을 견디며 버틴 시간이 너무 억울했다.
나는 포기하지 않기 위해 희망을 꿈꿨다.
기필코 살아남아 솔즈리드로 돌아가서 내가 겪은 모험담을 책으로 만들어 출판하겠다는 희망을.

펭귄을 사냥해서 비축해둔 식량이 좀 많았던 탓에 나는 상처가 치료될 때까지 굶어 죽지 않을 수 있었다.
상처를 치료하는 동안 내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곰의 공격 때문에 입은 상처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 탓에 완치된다 하더라도 정상적인 사람처럼 움직이는 게 힘들어 보였다.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상태에서 비축해둔 식량이 떨어지게 된다면, 결국 나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게 분명했다.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낚시해서 물고기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7

길게 자란 머리카락을 뽑았다.
뽑은 머리카락 세 개를 하나로 꼬아 질긴 줄을 만들었다.
그 줄을 연결하고 연결해서 긴 낚싯줄을 만들었다.
낚싯바늘은 펭귄의 뼈를 갈아서 만들었다.
부러졌던 두 다리의 뼈가 제대로 맞춰지지 못한 상태에서 상처가 아문 탓에 나는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집 앞의 얼음 바닥에 구멍을 파서 그곳에서 낚시를 시작했다.

얼음낚시는 성공적이었다.
이곳의 물고기는 낚시꾼을 만난 적이 없는지, 내가 던지는 낚싯바늘에 아무런 의심 없이 달려들었다.
덕분에 펭귄을 사냥했을 때보다 풍족한 식량을 구할 수 있었다.
의식주 문제가 해결되자 그때부터 지독한 외로움이 나를 덮쳐왔다.
솔즈리드에 남아 있는 가족과, 어린 시절 짝사랑했던 줄리의 모습이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이렇게 사는 게 정말 제대로 된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삶이 괴롭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기 시작했다.

#8

지독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얼음을 조각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얼음을 다루는 데 익숙하지 못한 탓에 강아지나 말 따위를 엉성한 형상으로 조각했다.
내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이 남아도는 시간이었던 탓에, 얼음을 조각하는 실력은 투자되는 시간이 쌓이는 만큼 점점 늘어갔다.
가족의 모습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본 것처럼 조각하고, 줄리아의 모습도 조각했다.
내가 지금까지 본 누이안 중 가장 아름다운여자였던 이니스 여왕의 모습도 조각했다.
그리고, 본 적도 없는 누이 여신의 모습도 조각했다.

차갑고 단단한 얼음조각을 뼈칼로 조각낸다.
뼈칼에 너무 힘을 주면 얼음이 크게 조각나고, 너무 힘을 빼면 조각나지 않기 때문에 적당한 힘을 주면서 얼음을 부숴간다.
네모난 형태였던 얼음 덩어리가 점점 둥근 형상을 나타낸다.
칼자국이 곳곳에 나 있는 얼음조각을 따뜻한 손으로어루만진다.
손에서 빠져나간 체온이 투박한 얼음조각의 표면을 부드럽게 만들어 간다.
내가 나눠준 체온을 통해 얼음 조각은 점점 생명을 얻어간다.

#9

새로운 조각을 완성했다.
오늘 내가 사는 거울 왕국에 삼 백 번째 주민이 탄생한 것이다.
나는 거울 왕국에 얼음으로 커다란 마을을 만들었다.
마을 주민들에게는 모두 저마다의 이름을 붙여줬다.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온전치 못한 몸을 이끌고 마을을 한 바퀴 돌며 주민들에게 인사한다.
"안녕, 잭! 좋은 아침이야!"
빌어먹을... 늘 좋은 아침이다.

나는 시간을 잊어버렸다.
내가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거울 왕국에서 지내게 됐는지 잊어버렸다.
매일 한 명의 주민이 태어나면서 마을은 어느새 도시가 되어 버렸다.
이젠 새로 태어난 주민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것조차 귀찮은 상태다.
무언가 목적을 가지지 못하면, 미쳐버릴 것만 같아.
그래서 나는 조각하고 또 조각한다.

나는 얼음을 조각한다.
나는 시간을 조각한다.

#10

내가 만든 거울 왕국의 도시에 낯선 사람이 나타났다.
얼음으로 만들어진 투명한 누이안이 아닌, 두툼한 모피 옷을 입고 있는 누이안이었다.
차가운 체온을 지닌 누이안이 아닌, 따스한 체온을 지닌 누이안이었다.
그는 자신을 모험가 랜드로버라고 소개했다.
그는 내게 거울 왕국을 가득 채운 얼음 인형을 내가 조각했는지 물었다.
나는 그의 물음에 답하지 않은 채, 따스한 체온이 느껴지는 그의 손을 붙잡은 채 눈물을 흘렸다.
하염없이... 하염없이...

나는 모험가 랜드로버의 도움으로 솔즈리드에 돌아왔다.
어린 시절에 읽었던 모험담이 담긴 책을 쓰고 있다.
내가 거울 왕국에서 보냈던 5년의 시간...
나는 지금 솔즈리드에서의 일상을 소중히 생각하고 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얼음으로 만든 가족이 아닌, 진짜 살아 숨 쉬는 가족이 나와 인사를 나눈다.
초승달 왕좌의 사람들은 모두 따스한 체온을지니고 있다.
시끌벅적한 시장의 구석에 앉아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부디,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일상의 소중함을 다들 자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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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자 : 블랑 @노아르타 | 계승자 6레벨 | 마법사 | 페레 (2017-02-11)
우수편집자 : 블랑 @다미안 | 계승자 35레벨 | 정령술사 | 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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